
미국 물류·제조 현장에 두 다리로 걷는 로봇을 공급해온 어질리티로보틱스(Agility Robotics)가 기업인수목적회사(SPAC)와의 합병을 통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다고 밝혔다. 휴머노이드로봇 기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.
오리건주 세일럼에 본사를 둔 어질리티로보틱스는 처칠캐피털코프11(Churchill Capital Corp XI)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상장 절차를 밟는다. 합병이 마무리되면 기업가치는 약 25억달러(한화 약 3조4000억원)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, 회사는 이번 딜을 통해 6억2000만달러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. 휴머노이드로봇 스타트업의 단일 자금 조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.
오리건주립대 스핀오프로 2015년 설립된 이 회사의 대표 로봇 '디짓(Digit)'은 키 175㎝, 무게 73㎏가량의 이족보행 로봇으로 물류창고와 공장에서 무거운 물체를 옮기는 작업에 특화됐다. 사람과 달리 무릎이 반대 방향으로 꺾이는 '새다리' 구조를 채택해 좁은 선반 사이를 부딪히지 않고 오갈 수 있으며, 손가락 두 개와 엄지 두 개로 구성된 손으로 플라스틱 물류상자를 안정적으로 집어올린다.
회사는 이미 아마존, 도요타 캐나다 공장, GXO로지스틱스, 셰플러, 메르카도리브레 등과 다년 계약을 맺어 3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확보했으며, 로봇 구독 서비스 방식으로 약 1000대의 디짓을 순차 공급할 계획이다.
페기 존슨 어질리티로보틱스 최고경영자는 마이크로소프트 수석부사장과 매직리프 CEO를 거친 인물로 "지금 우리의 가장 큰 경쟁자는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의 실행 속도"라고 말했다. 다만 그는 로봇이 가정에 보급되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. 거대언어모델은 인터넷 전체를 학습 데이터로 삼을 수 있었지만, 물리 세계에서 움직이는 휴머노이드로봇을 위한 데이터는 아직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.


















